[전문가 포럼] 술에 얽힌 몇 가지 이야기

입력 2019-08-26 17:31   수정 2019-08-27 00:08

한국 사람들은 정말 술을 많이 마실까? ‘마신다’고 하지 않고 ‘먹는다’고 할 정도로 술의 가치가 남다른 한국이다. 의과대학 시절 배운 정신과 교과서에는 ‘South Korea’가 두 번 언급된다. 하나는 ‘Hwabyung’, 즉 ‘화병(火病)’을 설명하는 대목에 나온다. 정신질환의 배경에는 사회문화적 특이점이 존재해 나라마다 고유한 정신질환이 있다. 화병은 한국 고유의 질환으로 국제 정신질환 분류체계에 등재돼 있다. 두 번째 알코올 관련 질환 부분에 한국에 대한 얘기가 있다. 알코올 소비량이 러시아와 경쟁적으로 1, 2위를 다툰다. 술을 정말 많이 먹는 나라가 확실하다.

“김 박사, 반주로 소주 한두 잔 정도는 괜찮지?” 술을 좋아하는 친구가 묻는다. 전문의가 “그래, 괜찮아!” 해주면 안심이 될 듯하니 묻는 것이다. 그런데 대답은 “괜찮지 않아”다. 흔히 잘못 생각하는 것이, 술을 매일 많이 먹거나 주정이 심해야만 알코올 의존이라고 생각한다. 술을 마시는 타입에 따라, 알코올 의존도 나뉜다. 흔히 프랑스 사람들로 대표되는 매일 조금씩 하는 음주 형태가 있고, 미국 사람들처럼 가끔 마시지만 폭음을 하는 경우가 있다. 한국사람은 매일 마시고, 많이 마신다. 제일 나쁜 알코올 의존 형태다.

건강상 이유로 술을 많이 마시지 말라고 하면, 십중팔구 “마음만 먹으면 끊을 수 있다!”고 한다. 알다시피 담배만큼 해로운 게 술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 아닌가. 퇴근 후에는 삼삼오오 술집에 앉아 자진해서 암 유발을 유도하고, 서로에게 발암물질을 권하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일단 술을 끊으면 불편함이 생긴다. 잠을 못 자기도 하고 괜히 짜증이 난다. 의욕이 없고 재미가 없다고도 한다. 알코올 금단 증상이 생겨서 그렇다. 혹시 알코올 의존인지 아닌지 궁금하다면, 이렇게 해보자. 만일 2주간 술을 한 모금도 마시지 않고도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면 당신은 알코올 의존증이 아닌 것이 확실하다.

치료용 대마 때문인지, 요즘 대마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그들의 논리 중에 “술보다 안전하다”는 것이 있다. 술을 먹으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기 쉽다. 음주사고로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기도 한다. 대마는 그런 위험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차분해진다. 다른 사람들에게 절대 피해는 안 준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꼭 맞는 이야기도 아니다. 대마 흡입은 마약중독의 출입구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물질을 이용해서 마음을 바꿀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는 것이 중독의 시작이다. 술도 똑같다. 조금만 마시면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거나, 긴장과 불안 해소에 도움이 되지만, 지나치면 사람을 죽이지 않는가! 중독되는 모든 것에는 부적절한 합리화와 변명이 따른다. 그 부적절함을 용인한다면, 결국 모두의 파멸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럼, 술 좀 끊게 해주세요!” 술을 끊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스스로 노력하는 것이다. 물론, 기저에 원인 질환이 있다면 그 질환의 치료가 동반돼야 한다. 불안장애나 우울증이 있으면 긴장, 초조, 떨림, 우울함, 불면 등을 없애기 위해 알코올을 남용한다. 실제로 효과가 있다. 문제는 알코올 중독을 얻게 되고, 알코올 중독은 다른 어떤 질환보다도 치료가 힘들다.

예전에는 금주 약물이 지독했다. 술의 대사과정을 방해해 소주 한 잔을 마셨을 뿐인데 10병 먹은 효과가 난다. 엄청난 고통을 주고 죽음의 공포를 맛보기 때문에 술을 다시는 보고 싶지도 않게 된다. 그래서 이를 두고 ‘혐오치료’라고 한다. 요즘은 그렇게 독한 약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효과만큼이나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항갈망제’를 금주치료에 사용한다. 술을 먹고 싶은 욕구를 억제하고, 기분이 좋아지게 하는 알코올의 작용을 제한한다.

병원을 찾아 의사의 조력을 통해 술을 끊으려 한다면 일단 절반은 성공한 것이다. 금주치료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자발적인 금주의지’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병원을 찾는다는 것은 그 어떤 의지 표명보다 확실한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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